정 빅토리아 수녀님 이야기
작성자
seoulosb
작성일
2023-11-27 08:53
조회
1060
“나도 크면 수녀님이 될래요.”
본당에서 수녀님들을 유심히 쳐다보던 7살 꼬마는 말했다. 수녀님이 되면 배 아프게 아기를 낫지 않아도 된다니 더욱 좋아 보였던 것 같다.
그렇게 1년을 수녀가 되겠다고 노래부르고 다니던 어느 날, 신자가 아닌 아버지의 불호령에 그 소리는 쏙 들어가고 만다.
겁이 많고 마음이 여렸던 아이는 이후로 수녀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고등학교 무렵에는 신앙에 자유를 달라며 4-5년 가량 성당에 나가지 않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하느님이 나를 특별한 방식으로 사랑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청년 시절 하느님을 다시 만나며 바라본 세상은 이전과 채도가 달랐다. 세상 모두를 사랑하고 싶다는 갈망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본당에서는 보좌 신부님과 신학생들과 친하게 지냈는데, 그들의 친교에서 흐르는 아름다움에 매료되며 슬그머니 성소의 씨앗도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내가 남자라면 신학교에 가면 좋겠다..’
그 무렵에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수녀원에 가라고 권고해왔다.
성당에 책을 홍보하러 온 출판사 자매님 마저도 “자매님은 수도성소예요.”라고 말했다.
기쁘면서도 두려웠다. 수도원은 신학교보다 더 알 수 없고 더 어려운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졌다.
‘혹시…?’ 하고 생각해 보다가도 ‘아니야, 아니야.’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따로 기도할 시간을 낼 수 없어 찬양곡들을 들으며 출퇴근을 하던 날들이었다.
어느 번잡한 아침, 모두가 바삐 회사로 향하던 강남역 한복판에서 그분을 따르고 싶다는 갈망이 턱 끝까지 차올라, 눈과 코가 빨개진 채 노랫말에 마음을 실어 고백했다.
‘주여, 나의 삶을 모두 드리니
주여, 절 받아들여 주소서.
영원토록 당신 품 안에서 사랑하게 하소서.
나의 주여, 나의 주님이시여.’
- 나의 주님이시여 - 갓등중창단
마음이 의지를 따라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서 이루고자 했던 일의 가짓수만큼이나 자주 미련과 아쉬움, 그리고 두려움에 압도되어 멀미가 났다.
그러나 그 때마다 귓가를 울리던 그분의 목소리는, 강렬한 힘이 되어 나를 이끌어 갔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를 선택하였고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
- 너는 내 것이라(이사야 43,1) - 야훼이레 성가 456번
“그 길에 죽음이 있더라도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셀 수 없이 뒤집어지고 깨어질 고백이 아름다웠던 이유는 켜켜이 쌓인 욕망을 거둬낸, 근원에 자리한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곳에 계신 하느님을 만날 때마다 이 삶으로 부르신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행복하다. 더할 수 없이 행복하다.
그분은 이러할 나를 너무도 잘 아셨다. 수도 삶을 살 때 가장 행복할 것을, 활짝 피어날 수 있음을.
그러기에 모든 것에 앞서 하느님을 찾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두셨고, 묻어두었던 갈망을 알아차리도록 말을 걸어오셨다.
그분의 부르심에 응답드리는 것은 단 한 번도 쉬운 적이 없었지만, 늘 용기를 북돋아 주시고, 고통의 시간들에 함께 해 주셨다.
그리고 그 끝에는 언제나 자유와 해방이, 행복이, '내가' 있었다.
하느님께서 나에 대해 꾸시는 꿈을 전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곳에 ‘사랑’과 ‘선’이 있음을 안다.
이 엄청난 기쁨을 세상 모두와 함께 나누기를 바라며 오늘도 “네.” 라고 대답해본다.
나의 “네.” 와 수많은 “네.” 들이 더해져 세상이 하느님 사랑의 감미로움으로 가득 메워지기를 바라며..
그러셨군요. 수녀님의 바람처럼 늘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무시기를.......
그런데 위의 사진 안경 쓰신분 제인수녀님 아닌가요? 탄자니아 출신. 건강하시고 미국 가셔서 행복한 수도 여정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수녀님 🙂 사진 속의 안경 쓴 수녀님은 케냐의 M.Rita 수녀님이에요. 양 옆의 수녀님들은 탄자니아 수녀님들이기는 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