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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 진자에서 온 편지: 안 테라 수녀님

작성자
seoulosb
작성일
2023-12-03 22:13
조회
108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저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4월 9일 토요일,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였고,
한 시간 전부터 제가 나오기를 기다린 여 베네딕다 수녀님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공항으로부터 세 시간을 달려 진자 수녀원에 도착하니 이미 어두워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현관에 수녀님들과 수련소 자매님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북과 탬버린으로 환영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덕분에 장시간의 여행에서 오는 피곤함과 낯선 느낌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

한국보다 여섯 시간 늦어 여독을 풀고 시차 적응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다음 날부터 성주간이 시작 되어 이러저러한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성지주일 미사는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하게 되었는데,
미사가 2시간 동안 계속되었는데도 전혀 길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미사곡들이 매우 흥겨웠습니다.
심지어 미사 후에 학생들이 저를 환영하는 노래를 불러주었고 약간 당황했지만 즉시 정신 차리고 저도 감사의 인사말을 하였습니다.
미사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주례 신부님이 강론 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였는데,
학생들이 대답을 너무 잘할 뿐만 아니라, 한 학생이 신부님이 의도했던 대답이 아니었음에도,
그 학생에게 '대답을 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에 대해 칭찬을 하면서 다른 학생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첫날부터 '내가 배우러 이곳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요일에는 미리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고 있던 지원자들 4명이 정식으로 입회식을 가졌습니다.
대부분 신부님들의 추천으로 우리 수녀원에 들어왔다고 합니다.
입회식에서 저는 우리 서울 수녀원의 성소를 위해 함께 기도를 했습니다.
그렇게 바쁜 성주간을 보내고 토요일에 부활성야를 지냈습니다.
한국시간으로 하면 밤 2시부터 5시까지 세 시간 미사를 드린 셈이라
비몽사몽으로 눈에 이쑤시개라도 세우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십자가 경배 예절 때 강론을 40분 하신 신부님이 부활 미사도 하셔서 많이 걱정했으나 다행히 성야 때는 10분으로 만족하셨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다음날 오전에 다른 곳에서 미사를 봉헌하기로 되어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다행인지요!

진자 공동체는 약 20여 명의 수녀님들이 진료소와 유치원, 초등학교,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교는 성지주일 미사 후에 한 달여간의 방학에 들어갔습니다. 더불어 기숙사 학생들도 집으로 돌아갔고요.
반면 진료소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주로 산부인과를 하고 있었습니다.
수녀원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현지인들의 빈곤이 쓰나미처럼 덮쳐오는데, 그나마 전쟁과 자연재해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날씨는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서 견딜만 하지만 벌레와 날개 달린 것들은 공존하기 어렵네요.
한국에서 가져간 버물리를 끼고 살며 제 방에 살충제 뿌리는 것이 기도 다음으로 중요한 업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은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저는 아직까지 마스크를 쓰고 다닙니다.
도착한 지 열흘밖에 되지 않았지만 부활절 인사를 드리고 싶어 잘 도착했다는 소식과 함께 편지를 드립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주님 부활의 은총 충만히 받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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