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틴 청년모임

수도성소와 그 성장은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선물이다. 부르심을 받은 개인은 이를 인격적인 도전으로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회헌 6,1

'너는 나의 사람이다'

작성자
Sr. M. Lucy
작성일
2024-12-02 11:29
조회
59


초등학교 5학년 때 시골 본당에서 파란 드레스를 입고 첫영성체를 했다. 그때 첫 번째 나의 소원을 뭐라 청했는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성소의 씨앗이 뿌려진 것은 아마도 그때부터인 것 같다. 삼종을 알리는 성당 종소리가 들리면 삼종기도를 했는데, 기도문을 구체적으로 잘 알지 못하면서도 두 손을 모으고 기도는 꼭 했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 서울에서 살게 되었고 본당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살면서 인간 사랑의 어긋남과 그 한계를 점점 느끼게 되었고, 우연히 알게 된 우리 수녀회의 성소 모임에 피정하는 마음으로 1달에 한 번 다락방 모임에 무작정 왔었다.

4년 정도 충실히 성소 모임에 나오던 어느 날, 성소 담당 수녀님이 입회 지원서를 주면서 수녀원에 들어오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하셨다. 생각지 못한 제안에 덜컥 겁이 났고, 그래서 1년 정도 다락방 모임에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나는 마음 안에 무엇인가 내내 걸린 듯하며 마치 숙제를 안 한 사람처럼, 답을 찾지 못하는 사람처럼 헤매야 했었다. 그 불편함과 답답함의 끝에 마침내 입회를 결심하였고 직장에서의 승진을 코앞에 두고 직장 동료들의 이상한 눈길을 받으며 퇴직을 하였다.

입회를 준비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평생을 수녀원에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은근히 수녀원에 입회하지 않을 구실을 찾고 있었다. 마침 그때 어머니가 다리를 다쳐서 긴 시간 입원하게 되셨다. 이에 나는 어머니 간병을 이유로 들어 입회를 안 하려고 하였다. 그런 내게 어머니께서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없어, 영민아!”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순간 머리를 크게 한 대 맞는 듯하였다. 내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말씀에서 나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분명히 확신하게 되었고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수녀원에 들어왔다.

하느님께서는 관계성을 중요시하는 나의 성향을 배려해 베네딕도회에서 특별히 성녀 스콜라스티카의 영성으로 나를 키우고 계심을 느끼곤 한다. 오빠 베네딕도 성인과 영적 담화 나누기를 좋아하고 사람들을 따뜻하게 사랑한 성녀처럼 나도 ‘하느님의 사랑으로 한껏 채워져 마음껏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수도자’로 살고 싶다. 하느님 안에 머물고 갈수록 정화되어 포교베네딕도 서울수녀원 안에서 나의 개인 성소가 활짝 꽃피는 아름다운 삶을 꿈꾸며 오늘 하루도 주님께 봉헌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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